겨울 강
그대와 나 만나는 때가
훤히 길 내어 놓는 백야였음 좋겠네
보고픈 잠긴 눈도 맑게 트이고
여울에 감기는 허튼소리도
강물에 우렁우렁 함께 흘러가리
하늘 깊이서 떠돌다 하강한
순백의 설 편도 내 맘 같이 녹아
여백을 가르는 곡선은 몇백 리인가
내 안의 풍경 속 늙은 홍송 하나
가라, 등 떠미는 강기슭에서
할 말 많아 목놓아 불러보는 시린 말씀은
늑골처럼 드러난 등 푸른 산맥 끌어와 겨울 강 덮네
그대와 나 만나는 때가
물빛까지 푸른 강 겨울 백야였음 좋겠네.
소순희
<창포동인제3집수록>
<동강-산아래삶/소순희작/50호/>
<동강/2010/소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