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소나기가 훑고 지나간 검푸른 수풀은 이미 성하 임을 말해줍니다.
8월 초 나는 숙연한 마음으로 영월 장릉에 듭니다.
나고 죽는 게 인간사 한 단면이지만 세상의 물욕에 때 이른 목숨을 잃어야하는
애달픈 왕가의 법을 헤아릴 길 없습니다.
조선왕조 6대 임금으로 12세 어린 나이에 왕위에 등극하지만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으로 국권이 장악되고 왕위를 내어준 비운의 왕 단종을,
세조 2년 집현전학사 성삼문 박팽년 등 상왕 복위를 꾀하는 사건으로 참형되고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봉되어 영월 땅 청령포에 유배됩니다.
여섯째 삼촌 금성대군의 단종 복위 계책이 발각되어 노산군에서 다시
폐서인으로 강등되는 불운을 겪으며 그해 10월24일 마침내
17 세에 사약을 진어한 이승의 마지막 날을 의연히 받아들입니다.
운명이라고 치부하기엔 가여운 한 생이 너무 짧았기에 애처롭기 그지없습니다.
많은 충신이 바람 앞에 등불처럼 사위어가는 격동의 시류를 역사는 낱낱이 새겨놓았지요.
강물에 떠도는 단종의 유해는 호장이었던 영월엄씨 엄흥도에의해 밀장됩니다.
그리고 그는 식솔을 이끌고 영월 땅을 떠나게됩니다.
그 오랜 후 1698년 숙종24년에 왕위복권 되고
릉이 복원 된 이곳이 영월 서역의 장릉입니다.
조선왕가의 왕릉 치고는 그 아린 역사의 단면을 보는듯 왕릉은 소박합니다.
나는 부슬비가 내리는 장릉의 솔밭을 걸으며 생사화복의 뜻을 가민히 되새겨봅니다.
그리운 이여 안녕 2011.8 소순희
<장릉>
<장릉에서 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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