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어느 날 문득 앞산 자락에 깊게 드리운 아침볕 음영에 붉은 산 하나 가을이 깊어감을 알았습니다. 아직 가로수 잎이 푸른데 산엔 활엽수목이 계절을 또렷이 새기고 있었습니다. 찬란한 가을빛 보다는 파스텔 톤의 곰삭은 빛깔이 심중을 파고드는 건 아니 온 듯 가는 계절의 의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묘한 색조의 변화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원경의 이웃 풍경들이 보일 때가 참, 예쁘다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눈으로 보기엔 화려한 색조의 선명한 시절을 한 번쯤 누려 보고 싶었습니다.
이래도 됩니까! 지난여름의 지루했던 장마를 견디며 찬란한 가을을 기다렸는데 그렇게 가을이 오고도 사는 일 무에 그리 분주한지 잊고 살았습니다. 화실 몇몇 분들과 가을 나들이 삼아 토요일 하루 자연에 몸 묻습니다. 이렇게 몇 해를 더 웅성거리며 떠돌 수 있을까요. 가끔은 나그네로 뒤 돌아보는 것도 행복의 단면일 거라고 되뇝니다. 햇볕과 공기와 바람과 나무 그리고 계절. 이 소중한 것들을 값 없이 받으면서도 나는 얼마나 감사하며 살았는지 살펴보게 됩니다. 좀더 너그러워져야 할 이유를 갖게 됩니다. 그리운이여! 이 가을도 아니 온 듯 가고 있습니다. 가을 다 가기전 고즈넉한 가을 길이래도 걸어보지 않으시렵니까?
안녕~2011.11.12토요일 소순희
<괴산 소금강에서>
<좀작살나무 열매>
< 희양산에서 흘러내리는 양산천>
< 문경의 어느 사과밭 아주머니께서 먹으라고 막 따 주셨다.>
< 희양산(998m)충북괴산군과 경북문경가은읍>
최치원(857~)<신라시대> 이 썼다는 야유암(넓은 바위에 앉아 시를 읊으며 밤을 즐긴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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