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전라도 풍경

소순희 2014. 10. 16. 20:20

 

                                           전라도 풍경

 호남선 열차를 타고 황토밭 언덕을 넘으면  나직이 날아오르는 까마귀 떼와
 창 밖으로 흘러가는 논길 위 펄럭펄럭 걷는 농부 하나 보입니까 김제 만경 평야
 끝 간 데 없는 지평 위로 갑오 동학혁명의 붉은 핏빛 노을도 보입니까?


 녹두장군 외세배척 쩌렁쩌렁 울리던 목소리 울림으로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일어선 농민 봉기
 그 눈물 전라도 땅 적시었고 그 외침 시대의 온기로 남아 빗장 풀어내는 따순 숨결 느껴보세요
 날 짐승 푸른 하늘로 자유롭게 나는 저 지평 끝으로 흰옷 입은 사람들과 어깨를 겯고 가 보십시오


 굳게 맨 상투 위로 겨울빛 내릴 때 압송당하며 탄식하던 녹두 같은 임의 굳은 결의도

 운이 다한 까닭에 속수무책 눈물 나느니

 서러운 길위엔 민초들의 흐느낌, 조선 소나무로 더디게 자라 짓밟힌 땅 깊이 뿌리내린 시린 역사를

 가슴에 안아보십시오. 불덩이처럼 에워싸는 뜨거운 혼을, 시퍼렇게 눈뜬 민초들의 얼굴을.

 

 

 * "때를 만나서는 천하도 힘을 합하더니 운이 다하니 영웅도 어쩔 수 없구나
 민을 사랑하고 의를 바로 세움에 나는 아무 잘못이 없건만 나라를 위한 일편단심을 그 누가 알아주리"

                                * 의글은 녹두장군 전봉준의시,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2 에서인용.
                                             

                                                                                                                소순희.1999

전라도 땅에 가면 눈물이 난다.내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그 아버지와 할아버지....
태어나 떠나보지 못한 땅! 설움과 저주의 땅이라 했던가 가장 먼저 침입 받고
가장 늦게까지 짓밟힌 민초들의 허망하게 뚫린 마음 밭,
그 위에 대책 없는 농산물 수입자유화는 오늘도 질펀히 깔려, 늙은 촌노의 기침 소리에 더욱더 당당하다.

 

                                   <소순희작/2012/10호 /바다가 보이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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