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고남산 846m- 나는 저 산 아래 마을에서 여름 밤 별들을 많이도 보았다.
고남산
잠언처럼 산 하나를 가두어 놓고 살았다
해마다 보리 파종하는 가을, 검은 논에 퍼질러 앉아
붉은 산만 바라보다 짧은 가을날을 놓치고
산 그림자 길게 누운 도랑에서 발을 씻었다
가을을 견디는 것도 끝내는 내게 종결짓는 한 때의
거룩한 필연으로 푸른 싹 돋는 겨울을 쓸쓸히 앓으며
나는 늘 가두어 둔 산에서 벗어나려 했고
산은 그럴수록 나를 단단히 결박했다
숨 한번 제대로 쉬지 못한 적소에서 다시
산은 말씀이 되어 가능한 한 타협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그 다양한 빛깔들은 반생을 살아낸 둔탁한 내 감성의 캔버스 위로
눈물처럼 투명한 굴절의 의식을 치르곤 했다
산은 기억의 언저리에 밤나무숲을 이듬해 이월까지
붉게 슬어놓고, 화강암 직벽을 세워 새들을 날아오르게 하였다
사각의 틀 안에서도 나이를 먹는 산은 거기 그대로 서 있었다
소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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