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오랫동안 인정하지 않는
병명 앞에 먹먹하다
토막 난 기억 위를
위태로이 홀로 걷다 멈춰 선
생의 후반을 어쩌라고
가혹한 날을 빚으시는가
몹쓸 놈의 알츠하이머
그 비린 덫에 걸린 하루가
가족의 아린 몸에 박힌다
살아온 지난날
청춘의 시린 한 때
뼈에 사무쳐
주어진 한 세상 여백이 되어버린
그림 속을
마른 젖 내리시며 걷는 오늘
아무리 돌아서도
무채색 내 유아기는 아득한데
젖이 모자라 자식 못 먹였노라고
빈 젖 물리던 그때를
안타까워하시는 어머니
기억의 저편으로
못 잊을 바람만 무성하다.
소순희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