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달개비

소순희 2018. 2. 23. 23:27


                    달개비


                               소순희


          사할린의 외진 여름 한 철

          짧은 해는 그늘을 만들지 못했다

          그 시간 피어나야 할 꽃들은

          풀숲에 숨어서 울부짖었다

          우수리강 유역 눈물진 설운 땅에도

          한해살이로 풀려나는 초등의 꽃 빛을

          우리는 울트라마린블루 라 불렀다

          

          옛적부터 고향의 감나무 밑에 전입 신고한 

          지상에서 가장 슬픈 빛을 가진 달개비 꽃

          초록 속에 숨겨 온 그대는 *디아스포라! 

          누가 뭐란 들 스스로 목숨 끊지 않는

          결연한 의지를 보았느니

          내, 여기서 외로울지라도 너처럼

          음력 오뉴월 푸른 눈빛으로 피어나리라


 


*민족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자발적 혹은 강제로

 멀리떨어진 지역에서 거주하는 삶 (전쟁과 식민지화로 고국을

 등져야 했던 난민이나 인민 그리고 그 후손들을 총칭하는

 단어로 확장되어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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