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감나무

소순희 2019. 7. 31. 23:17

                            <가을 그 자리/10호/2019/조경숙님소장>

         감나무

                             소순희

 

나를 보자 사십구 년 전에

하늘 가신 

아버지를 보는 것 같다는 

이웃 살던 누님의 말에

나는 거울 앞에 서서

지금의 나보다

은 아버지를 보았다

 

문득 칠월이

앞을 가로막고 있음을 알았을 땐

유월을 지나왔음이 송구스럽다

생전에 꿈꾸었을지 모를 손자가

유월에 한 가정을 이뤄

분가해 나간 다음

유품 하나 없는 아버지의 존재를

애써 거울 속에서 찾아내고 있었다

 

우울증 앓던 마흔일곱 고단한

십일 월 빈 하늘의

별들도 제자리로 돌아가고

새끼 몇은 살아남아

이렇게 살아남아

당신 일생을 기록하지 못한

쉰 목소리로

갈래갈래 가지 뻗은 

마당귀 감나무만

무심한 듯 얘기했다

                  2019 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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