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 자리/10호/2019/조경숙님소장>
감나무
소순희
나를 보자 사십구 년 전에
하늘 가신
아버지를 보는 것 같다는
이웃 살던 누님의 말에
나는 거울 앞에 서서
지금의 나보다
젊은 아버지를 보았다
문득 칠월이
앞을 가로막고 있음을 알았을 땐
유월을 지나왔음이 송구스럽다
생전에 꿈꾸었을지 모를 손자가
유월에 한 가정을 이뤄
분가해 나간 다음
유품 하나 없는 아버지의 존재를
애써 거울 속에서 찾아내고 있었다
우울증 앓던 마흔일곱 고단한
십일 월 빈 하늘의
별들도 제자리로 돌아가고
새끼 몇은 살아남아
이렇게 살아남아
당신 일생을 기록하지 못한
쉰 목소리로
갈래갈래 가지 뻗은
마당귀 감나무만
무심한 듯 얘기했다
2019 유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