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정선에서

소순희 2019. 8. 25. 00:28

 

                                   <정선에서>

   정선에서

                      소순희

 

길이 끊기고

뒤돌아 서야 하는

산벼랑 밑에서

강물 소리 듣는다

 

길이 다한 곳에

주저앉아

주야장천 스미고 쓸어안아

몇백 리를 흘러왔을

강물 바라보며

 

나, 누군가에게  한 번도

무너지지 못하고 

동행하지 못한 

자갈같이 단단한 음 하나

살얼음 끼는 십일 월

강물 속에 던져 넣는다

 

필경 썩어져 자연으로 돌아갈  

오장육부 고행길은  

또 어디에서

부초처럼 떠돌다

본향으로 갈까나!

                   

                      2018

 

'시와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일기  (0) 2019.09.08
  (0) 2019.08.29
감나무  (0) 2019.07.31
섣달  (0) 2019.07.20
풍경-12  (0) 2019.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