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2018/Oil on Canvas>
섣달
소순희
내 삶이 그랬거늘
허기진 약속들은 바람으로 누워
섣달의 빈들처럼 누워
오래전 사람인 양 낯설다
그렇게 지나온 몇 해가 어제 같고
남몰래 간직한 세상의 일들은
한 가닥도 매듭지지 못한
무성한 바람만 성하다
산속으로 숨어든 겨울 햇살
어딘들 마음 다독여
따사로운 날 없으랴
한 해의 작심도 제 길로 돌아가고
나 유유자적 볕 아래 앉아
또 오늘이 어제인 듯 가는 시간을
산 그늘에 묻는다
섣달의 고요 속에 나를 묻는다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