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가 있는 정미소/소순희>
닭
소순희
날아야 할 것은
이미 날개를 잃었다
애당초 퇴화한 날개를
지녔는지도 모른다
날 수 있노라고 말씀하시는
주인의 간절한 최면에 걸려든
자만에 빠진 닭 한 마리
조류학 도감에 등재된
저것이 살아가는 방식은
합리화된 세상의 모이를
찾는 일이다
날개를 가진
족속으로 분리된
이중의 심장을 숨기고
붉은 벼슬하나 달고
조국의 푸른 하늘은 없어
말하자면 공작도시 같은
닭장에 갇혀 세상 밖을 몰라
오늘도 번복해 홰를 치는
슬픈 닭 한 마리!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