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도라지밭/10호/Oil on Canvas>
어머니와 도라지꽃
소순희
기침병 앓던 어머니는
기관지에 좋다고 밭머리에
손수 도라지를 심었다
해마다 칠월이면
밭 한쪽이 청 보랏빛 화원이 되어
눈길을 끌었다
몇 해가 꿈처럼 지나
바람든 대궁이도 사윌 무렵
그 실한 도라지 약으로 쓰지 못하고
어머니는 아픔 없는 나라에 드셨다
평생 싸 안고 가던 몹쓸 놈의 병
끝내 세상에선
내 맘에 지워지지 않는
얼룩으로 남아
애터지게 들려오는 기침 소리
그나마 들을 수 없는 지금
어머니 땅에
씨가 져서 새로 돋는 어린 도라지,
기침 소리처럼 내맘을 울린다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