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 사랑으로/2014/Oil Painting>
우리의 서쪽
소순희
너와 나눈 밥 한 끼가
그리 고운 줄 몰랐다
목울대에 감겨온
사랑했다는 말 한마디
계면조로 떠안는
산그림자에 갇혀
너 얼마나 울었느냐
서쪽 하늘에
주홍의 꽃이 필 때마다
보고 싶었다
내 하루 이렇게 져가는데
어디 맘 둘 곳 있다면
너와의 거리는
멀어도 서럽지 않으리
우리 한 세상 돌다
어느덧 서쪽에 와 있으니
각자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황혼도 저 홀로 스러져
아름답구나
이마저 나의 일이라
너에게 건네 줄
서녘의 그리운 편지
몇 줄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