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나무들 소순희 나무들 이쯤에선 내려놓는 것들로 서먹해진다 뼈 드러내는 일 어디 쉬운 일인가 다 내어주고 바람 속 갈강거리는 애끓는 아버지의 해소천식 같은 가지 사이 하현의 낮달을 품었다 한 때는 무서운 것 없는 등 푸른 하룻길도 사람들 저물고 새들도 떠났다 나 여기 살아 한 해의 끝쯤 아무도 없는 공원의 나무 아래서면 뼈마디마다 바람 소리 아버지 말씀 같다 한 해를 지켜낸 이 장엄함도 이제 속으로 끌어안아 촘촘히 나이테를 둘러 가는 나무들 다 내어주고 안식의 지평에 드는 겨울, 이 겨울 12월 나무들 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