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그리고 현실

그 시절-오월

소순희 2006. 5. 17. 00:32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산을 바라고 미루나무가 운동장 가장자리로

둘러선 교정에서 목청 높여 오빠생각 동요를 배우던 그 시절에

남몰래 훔쳐 보던 그의 단발머리와 하얀 얼굴이 오래도록 뇌리를 떠나지 않는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말 한 번 건네보지 못한 그 초등학교 육 년.

속절없이 사계절은 들에 자욱한 연기처럼 사라져 갔고 까만 교복에

얼굴이 반쯤 가리는 검은 모자에 까까머리 중학생이 되고부터 학교는

낯선 이방국으로 멀어져 갔고 아직 거기 남아 있던 그도 일요일에나

아주 드물게 동네 어귀 먼 발치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으로도 기쁨이었지.

친구들과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가끔 흰 이를 드러내며 웃던 그의 발랄한 모습과

체크무늬 치마 밑의 종아리가 참 이쁘다고 생각했다.

세월도 흐르면 덧없는 이치려니 어지럼증 앓는 중년에 와서 결박해둔 사슬을 풀어

어쩌자고 또 다시 그리움을 경작하는가. 아, 아 이제는 역주행 할 수 없는 내 푸른 오월이여!

 

                                                                                  2006.5 소순희

 

장미 3호 소순희작

 

찔레꽃 2006.5.17 학의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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