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 아래 출강하는 화실 뜰앞에 정물 모델로 쓰려고
해바라기를 50 여주 심었다. 몇 그루는 일찍 개화하여 또록또록 검은
씨앗을 남긴게 작은 가마솥
뚜껑만하다.
그런데 대부분 그루는 여름 내 무성한 잎과 키가
자라고
언제나 꽃이 피려나 기다렸지만 꽃송이를 매단채 키만 2m 이상
튼실하게
자라고 꽃이 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급기야는 "저것이
병이 들었지 아무래도..." 하고 까 보았더니
노란 꽃잎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아 그랬었구나 늘 흐린 하늘 이더니 일조량 부족임을 어쩌란
말인가.
다들 속으로 올곧은 여묾이 보이는데 이제 겨우 가을 볕아래
늦은
종족 번식의 의식이 시작 되었으니...
누구나
사랑받지 못 하면 같은 부류속에 동화되지 못 하듯
받을 것 받지 못하면 저러나 싶어 마음이
짠하다.
한 15~6 년전 까만씨가 박힌 해바라기와 유화붓 한타스를 보내 주며
좋은 그림 그리라고 격려 해주던 휴억이 생각난다.
그 해바라기는
지금도 화실에 정물 모델로 그려지고 있다.
그 시절과 그 애 태우던 그림의 바람기 때문에 청춘을
고스란히
묻어 버렸어도 다시 부활해 준 해바라기의 검은 씨앗들이
일제히 발아 할 것을 믿는다.
햇볕 좋은 가을이었으면 싶다.
2003.9 소순희
해바라기 3f 소순희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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