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야기(캔바스 위의 날들)

그림이야기(2)-겨울의 끝/적토

소순희 2006. 11. 9. 00:34

<겨울의 끝10호 목우회 회원전> 

 

<적토 4호 소순희 작 >

 

그해 겨울은 먼 곳으로 떠나지 못했다. 내겐 자동차도 없었거니와

낯선 곳에서 홀로 헤매는 겨울이 두려운 까닭도 있었다.

그저 독산동 집에서 가까운 산이나 버스종점, 혹은 전철로 몇 역을 지나

무작정 내려서 걷다 보면 시골이었고 그 주변을 헤매며 그림 소재를 찾곤 했다.

 

머지 않아 봄이 오려는지 한결 날씨가 풀린  어느 날 124번 버스 종점에서

그다지 멀지않은 소하리(광명시 소하동) 근처 작은 마을을 찾아들었다.

한창 도로 공사를 하려는지 파헤쳐진 황톳길이 질척거렸다.

이순신의 묘소라고 쓰여진 팻말에 충무공? 으아해 하며 그 길을 따라

숲속까지 가 보고서야 의문이 풀렸다. 그 묘소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휘하에서

나라를 지키고자 애썼던 동명이인인 방답 첨사 이순신 장군이 영면한 곳이다.

 

위 그림  윗 붉은 부분은 능선의 절개지이며 그곳이 파헤쳐져 지금은 넓은

도로가 만들어져 많은 차량의 통행이 안양과 목감쪽으로 흘러든다. 

건너편은 광명 고속철역이다. 그 조용하고 아늑한 마을이 변하여 지금은

번듯한 건물이 들어서고 농사보다는 식당이나 임대업에 치중한 모습이

변화무쌍하다. 나는 이곳에서 도로가 다 파헤쳐지기 전 석점의 그림을 그렸다

밑그림을 그리고 난 후 10여 년 후 이 그림을 완성했으니 어지간히 게으름을

핀 것이지만 그래도 예전의 모습을 지니고 있음에 흐믓함을 지울 수 없다. 

 

                                                                       2006.11.소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