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야기(캔바스 위의 날들)

그림이야기(4)-첫 사랑에 빠진 동생

소순희 2006. 12. 21. 00:12

 

                                                                <첫 사랑에 빠진 동생/ 2001/소순희작/Oil on Canvas>

 

산도 기다림이 남은 양 

봄을 앞에 하고 꽃을 기른다.

 

저 녹두꽃이 다 지고 나면

저 녹두꽃만한 녹두 속에

녹두꽃은 또 녹두빛으로 피어나리라.

 

비. 바람.번개. 불을 품고서.

 

                        <박정만 시 녹두빛으로>

 

 3학년의 봄,  이제 막 움터오는 밤나무순이 참 예쁠 무렵 내동생은 노란 옥수수 빵을 먹을 양으로

 볕 좋은 양지 마루에 앉아 실눈을 뜨고 "오빠야~"를 기다리곤 했다. 나는 옥수수 빵을 반만 먹고

 반쪽은 일곱 살 짜리 동생을 주기 위해 주머니속에 넣어 곧장 집으로 오곤 했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은혜로 내려졌고 많은 시간속에서 가족,친구,사회안의 범위에서

 고된 노동과 슬픔과 사랑을 공유하며 내 동생도 숙녀가 되어갔다. 내가 그림에 미쳐 지낼 때 

 내동생은 오래토록 나의 뒷바라지를 해줬다. 많은 날이 지나면서도 그 흔한 선물 한 번 못 사주고

 후일을 기약 한 빚쟁이 오빠인데도 화가가 되기를 고대 했으리라. 그즈음 첫사랑에 빠진 동생을

 나무라기도 했지만 그건 그의 몫이라고 단언 하면서도 마음에선 늘 그를 위한 염려가 되었었다. 

 그의 첫사랑에 그 실눈의 웃음과 부끄러움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닮진 않았지만 마음으로

 느낌을 그려보았다. 오라비가 좀 익살스럽 다고 할지 모르겠다.착한 내 동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