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랑에 빠진 동생/ 2001/소순희작/Oil on Canvas>
산도 기다림이 남은 양
봄을 앞에 하고 꽃을 기른다.
저 녹두꽃이 다 지고 나면
저 녹두꽃만한 녹두 속에
녹두꽃은 또 녹두빛으로 피어나리라.
비. 바람.번개. 불을 품고서.
<박정만 시 녹두빛으로>
3학년의 봄, 이제 막 움터오는 밤나무순이 참 예쁠 무렵 내동생은 노란 옥수수 빵을 먹을 양으로
볕 좋은 양지 마루에 앉아 실눈을 뜨고 "오빠야~"를 기다리곤 했다. 나는 옥수수 빵을 반만 먹고
반쪽은 일곱 살 짜리 동생을 주기 위해 주머니속에 넣어 곧장 집으로 오곤 했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은혜로 내려졌고 많은 시간속에서 가족,친구,사회안의 범위에서
고된 노동과 슬픔과 사랑을 공유하며 내 동생도 숙녀가 되어갔다. 내가 그림에 미쳐 지낼 때
내동생은 오래토록 나의 뒷바라지를 해줬다. 많은 날이 지나면서도 그 흔한 선물 한 번 못 사주고
후일을 기약 한 빚쟁이 오빠인데도 화가가 되기를 고대 했으리라. 그즈음 첫사랑에 빠진 동생을
나무라기도 했지만 그건 그의 몫이라고 단언 하면서도 마음에선 늘 그를 위한 염려가 되었었다.
그의 첫사랑에 그 실눈의 웃음과 부끄러움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닮진 않았지만 마음으로
느낌을 그려보았다. 오라비가 좀 익살스럽 다고 할지 모르겠다.착한 내 동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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