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숲에서
그대 이젠 돌아와야 하리
등짐 무거운 서룬 날
지친 모습으로도 좋아
자욱이 쓸려가는 저녁 빛 속으로
아슴아슴 젖어 돌아와야 하리
오랫동안 잊었던
세상의 설움들 부둥켜 안고
쓰러지며 눈물 나누나
사는 것 모두
서슬 푸른 칼날 같지만
무딘 우리 감정이야 어찌하리
돌아앉으면
머리 위로 곱게 다져지는
저 가을 바람 훠이 훠어이
눈부신 억새꽃 피우고 있지 않은가
억새숲에 숨겨둔
그대 초승의 눈썹 사이로
흰 억새꽃 피고
나직이 머슴새 날면
저녁 역광에 젖어
긴 그림자 앞세워
그대 이젠 돌아와야 하리.
1989.가을 소순희
(겨울저녁4F소순희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