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J에게(30)-생명일진대...

소순희 2007. 12. 1. 09:21

 

J.

생명 가진 것은 사람 아니고는 절대 기르지 않겠다고 마음에 단단히 빗장을 걸어두고 살면서

그 금기를 깨 버리고 난 후 다시 후회하며 살아가는게 인간이 가진 심성인지라 타협하고 맙니다.

고양이 새끼를 받아 온 후로 마음 쓰임이 여간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쁨이나 측은지심을 불러와

함께 살아 온 날이 일년 몇 개월을 지나왔고 시월중에 귀여운 다섯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태어났습니다.

어쩌면 그럴 수 있을까요, 새끼 고양이가 태어나기 전 날 아빠고양이는 앞산에 묻히는 슬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지난 날, 기르던 열대어가 죽고 거북이가 죽는 것을 보며 다시는 생명 가진 것은

기르지 않겠노라고 했었는데...

다시 생명의 환희를 봅니다. 새끼를 받으며 무릇 생명가진 것에 함부로 대할 것이 아니란것을

느낍니다. 모성애가 지극한 어미의 깡 마른 체구를 보며 사람에게도 부모의 한 없는 사랑이

자식을 키워내는 순리를 봅니다. 이 거역할 수 없는 더 없이 소중한 의미를 미물 에게서도

느끼게 됨은 처음 지은 주님의 의미심장한 뜻일진대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마음 준 만큼 사랑은 커지고 미워한 만큼 내 속이 썩어야 되는 일상에서

평안을 위한 사랑이 절실할 때인 지금 시대의 흐름이라고  조건적 사랑으로 치부해 버리는

우를 범치말자는것입니다.

 

J.살아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고 고귀합니다.

 

                                                                           그리운이여 안녕/2007/12/1/소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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