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J에게(32)-피었다 짐에 대하여...

소순희 2008. 4. 13. 23:44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지는 건 잠깐이더군/... 시인의 노래가 아니어도 이미 귀결된 의미로 말하자면 어찌 꽃뿐이겠습니까. 허다한 일들이 심사숙고 끝에 이뤄진 힘든 것으로 몇몇 사람에게 짧은 흔적 남기지만 그것마저 잊히고 사라져 버리는 것을 자연스런 소멸의 아름다움이라 말한다면 퍽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J. 올봄도 예외 없이 앞산의 진달래가 붉습니다. 무심히 지나치던 시선이 요즘 들어 자주 박히는 산엔 변화가 빠릅니다. 유리창을 통해 산 허리를 감는 붉은빛에 이끌려 아침 산행을 하면 무더기로 산을 물들인 진달래의 소담스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소멸하지 않는 꽃이라면 그 가치가 여전하진 않겠지요. 꽃이 지고 난 후 종족을 위한 열매가 맺힘은 숭고한 아름다움입니다.

다만, 불신사회를 조장하는 어린이 유괴 토막살인 사건으로 인간의 잔혹성에 대한 한계를 가늠하는 봄이었습니다. 진달래처럼 여린 어린 영혼을 가슴에 묻고 살아야 하는 가족에겐 너무도 가혹합니다. 어린 생명이 져감에 대하여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세상의 부모들은 이 봄이 씁쓸하고 아픕니다.

 싸이코 패스라는 말이 난무하는 어지러운 세상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게 세상의 모든 선량한 사람의 소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아도 창조의 섭리로 꽃은 피고 지며 사계는 생명 가진 것을 끌어안습니다.그러므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더불어 어우러져 살며 절묘한 한 생이 소박하게 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운이여, 안녕~2008/4/13/소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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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4/11/앞산/소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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