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지난여름은 결국 여느 해 여름과는 사뭇 다른 의미만 남겨놓은 채 꼬리를 내렸습니다.
많은 날이 비와 무더위를 동반한 이상기후로 이제 우리나라도 우기와 건기로 나뉘는
정통의 사계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건 지구의 온난화에 의한 인재의 초기단계로 우려가 큽니다.
해체된 지난 여름날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가을은 또 성큼 다가와 있고, 엊그제 새해를 맞이 한 것 같더니
어느새 종반에 든 세월의 빠름을 둔감한 나로서도 자고 나면 느낍니다.
과연 나는 시간의 흐름 속에 내 존재를 얼마나 각인해 놓았는지는 모르겠으나 한 해의 일우에
삶의 흔적을 위해 무던히도 애써 본 건 사실입니다.
인생의 무게중심이 기우는 지금에 와 생각하면 덧 없이 보내버린 날이 늘 회한과 아픔으로 남습니다.
그래서 모년 모월의 시간과 추억과 느낌을 정지시킨 순간을 잡아 두려고 애씁니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 캔바스 위에 물감을 녹여 형체와 색채와 계절을,혹은 만개한 꽃이나 사람을 그리고
재 정리하는 작업이 내가 할 일임을 아는지라 촌음이 아까울 따름입니다.
누구든 추억이 없겠습니까만 세월 속에 묻혀버린 무형의 추상적인 거 말고 시각이나 청각으로,
그 세월을 호흡할 수 있는 생산적인 걸 말합니다. 그래서 훗날 덧없이 흘러버린 세월이 아니었노라고
지금의 정지된 시간을 추스르며 기억할 것입니다.
가을입니다. 지난 꽃 피던 봄도 그 무더웠던 여름도 지나고 보니 순간이었습니다. 이 가을도 오는 듯
갈 것을 압니다. 부디 좋은 가을 맞으시옵길...
그리운이여 안녕 2007/10 /소순희
< 조양강가에서/소순희>
'엽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J에게(31)-떠남 (0) | 2008.01.19 |
---|---|
J에게(30)-생명일진대... (0) | 2007.12.01 |
J에게(28)-그 땅에도축복을... (0) | 2007.07.30 |
J에게(27)-독일에서 (0) | 2007.07.21 |
J에게(26)-동유럽의 여정 (0) | 2007.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