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거제도 해안 초소에서 근무하던 때의 작은 충격을 잊을 수 없을 뿐만아니라 짜증이 나고 마음이
나태해지기라도 하면 그 때 그 소년이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아 마음을 바로 잡곤 한다.
중대 본부에 가서 보급품을 수령해 초소로 돌아 오던 중, 바닷가 낚시터에서 같이 낚시를 하던 아들 녀석이
안 보인다며 아들을 찾는 어떤 아저씨를 만났다.
그 아저씨와 다른 방향으로 헤어져 찾아 보기로 하고 얼마쯤 찾고 있을 때, 텐트를 쳐놓고 사람들이 놀고있
모래사장에 쪼그리고 앉아 무엇인가를 줍고 있는 소년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대뜸 화가 나서 야단부터 쳤다.
"아버지가 찾고 계시는데 이런데서 뭘 하고 있는 거니?"
소년은 유난히 동그렇고 하얀 얼굴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놀러 온 아이들이 깨진 병조각에 다치면 어떡해요? 그래서 유리조각을 줍고 있었어요."
그 대답에 기특한 아이라는 생각을 하며 내가 말했다.
"저 쪽에서 아버지가 찾으시니 이젠 가봐라. 걱정하시니까."
나는 소년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소년은 한 쪽 다리를 심하게 절며 아버지 있는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 소년은 소아마비 환자였던 것이다.
-임오택-
<관곡지에서/소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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