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루
언제부턴가 내 주위를 맴도는
바람이 있다는 걸 알고부터
그 자리, 그 모습으로
커피를 마시는 버릇이 들었다
푸른 기억의 저편에서
웃고 오는 너의 청춘은 그대로인데
나는 바람 속에 희어가는 머리 날리며
허송한 세월 두엇 데리고
휘적휘적 걸어 찻집에 가 앉아 있곤 했다
흐느끼듯 들려오던 칸초네
이미 흘러간 시간의 잠을 깨우고
지독한 고독은 모가지를 끌어안고
놓아 주지 않았다
별반 다를 게 없는 하루가 지고
저녁 불빛은 더 찬란하게 익고 있었다.
소순희
<청류(淸流)/소순희작/20호/윤조숙님소장/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