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포토친구
방죽 골 양지 녘에 아버지의 유골을 묻고 돌아오던 날 보았다.
남원에서_ 서울. 고속버스 창밖 만경 평야 지평으로 떨어지던 붉은 불덩이 하나를, 참 아름답다고 되뇌며
아버지의 삶이 그랬을까. 적어도 욕심 없이 살다간 무명의 삶이 저렇게 예쁘게 져갔다고 생각했다.
아무 말도 없었다. 마지막 물새가 검은 점으로 사라지고 난 후에도 둘은 그냥 먼 수평선 쪽 만 응시하고 있었다.
헤어지지 말자 너의 머리카락에 배인 바다 냄새가 그리울 때마다 달려왔던 바다. 조락에 물든 너의 눈 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놈은 안돼, 그림쟁이는 가슴에 불을 품고 살아서 언젠가는 몹쓸 짓을 해 헤어지거라."
그렇다면 나는 가슴에 불을 품고 사는 것일까.바람 한 점도 없는데 가슴을 도려낸 서쪽 하늘 한 켠에서
둥둥둥 유장하게 떨어지던 불멸의 불덩이. 가장 원초적인 포효를 아는가!
그리고 평화롭게 일렁이던 붉은 비단 길.
산다는 것이 지독히도 아려오면 저녁 바다에 가라. 가슴에 불덩이를 몰아내며 그 길 지워지기 전 가야한다.
조락에 물든 눈 평화롭고 너의 머리카락에 배인 바다 냄새 어둠에 묻혀올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