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J에게(58)-두향, 영원한 연인

소순희 2013. 6. 16. 02:02

J.남한강 푸른 물빛은 유월의 산그림자를 흔들리며 들여놓습니다.

벼랑의 오월 철쭉도 분분한 낙화로 이미 물결 따라 흘러가고

긴 목을 접고 바위에 앉아 유장한 강물을 굽어 보는 왜가리의 정한만 가이없습니다.

세기의 연인이 남기고 간 애달픈 사연 앞에 나는 왜 마음이 착잡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곳은 퇴계의 연인 두향의 단심이 그려진 단양의 장회 나루입니다.

남여의 관계를 두고, 그 누구도 단언 할 수 없는 건 신의 영역이라 넘 볼 수 없는 철칙이라 생각합니다.

퇴계가 1548년 단양 군수로 부임할 즈음 아내와 자식을 잃은 슬픈 현실은 그 무엇보다 무겁고 고독했을 것입니다.

48세 중년의 성리학을 이룬 그에게 꽃처럼 피어나는 관기의 18세 두향은 한 영혼의 실존적 의미로 다가섭니다.

신분과 세대차를 넘어 연인으로 산 짧은 9개월의 날 수를 애정으로 계수 한다해도 모자랄 것임을 미루어 짐작합니다.

어쩌면 인간 해방의 통속적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내면에 깊이 새겨진 뜻 헤아릴 법도 합니다.

나라의 부름과 관습에서 비롯된 계약으로 퇴계는 풍기 군수로 발령을 받습니다. 

애련의 이별 앞에 시와 서와 거문고에 능한 두향은 참담한 아픔을 시로 달랩니다.

"이별이 하도 서러워 잔 들고 슬피울제/ 어느덧 술 다하고 님마져 가는구나/ 꽃지고 새우는 봄날을 어이할까 하노라"

퇴계를 보내놓고 그 아름다운 청춘을 수절하는 두향의 심정을 누가 알았을까요?

그리움 깊어지면 병이되는 법. 은둔의 날은 기약없는 막막함이라 마침내 매화가 지는 봄날

남한강 강선대에 올라 푸른 물에 몸을 던져 스물 여섯 이생을 벗어버립니다.

J. 이 애달픔이 연민의 정으로 가슴 한 켠을 자꾸만 후벼팝니다.

 

梅一生寒不賣香 (매화는 한 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이미 두향의 정절을 알았음직한 퇴계는 문장 하나를 일생 좌우명으로 삼고 살았다고합니다.

나는 짙푸른 강물에 그 시대에 짐 지워진 서러운 마음 하나 고이 내려 놓고 발길을 돌립니다.

                                                                                                  

                                                                                           그리운이여 안녕2013 .6 .6.소순희

 

 

                                         퇴계(1501~1570)영정

 

                                                                                남한강 강선대

 

                                                           두향의 묘(사진 중간부분)

 

                                                                                                                                     충주호  옥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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