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야기(캔바스 위의 날들)

추수가 끝난 후

소순희 2013. 12. 21. 00:00

 

                               <추수가 끝난 후/30호/1998년/소순희작/Oil on Canvas>

 

농부는 땅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기다리던 새봄이 온누리에 내리던 어느날 씨앗을 심었다. 씨앗 주머니에서 저들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농부의 귀가 그리로 열려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기적처럼 뾰롯이 촉이 돋고 무더운 여름날을 지내오며 천둥과 비와 바람을 이기며 뿌리는 점점 굳세게 대지에 박혔다.

무성하던 성체들이 해체되는 가을녘에서 농부는 짧아지는 해를 바라보며 부지런해지지 않으면 안 됨을 깨닫는다.  모든 생명 갖은 것들은 대지의 어머니 몸을 빌어 태어나는 섭리앞에 가장 순종적이다.

용인 땅 호동리 어느 호젓한 빈 밭의 쉼을 옮기며 저 길로 떠나갔을 그리운 가족이나, 일터에서 돌아오는 농부의 저녁 시간을 정지된 순간으로 포착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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