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마리아 살루테성당/소순희작/ 펜 수채>
껍질
어디로 가야 하나
오랫동안 너를 떠나지 못했다
앞을 가로막는 눈부신 햇살, 이젠
그런대로 품고 갈만하다
기립 박수로 보내는 세상의 일들을
다시는 마음에 두지 않으리
뜬소문으로 듣는 너의 소식
아득한 시공으로 풀어내도
귓속에 웅웅거려
봄 한 철 사직한 이 고요
기척도 없이 흔들리는
은수원사시나무 햇볕 길로
아직 너를 떠나지 못한
미련에 붙박인 중년의 삶이여!
소순희
월간 모던포엠2018/3월호 시향의 숲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