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삶
등짐을 지고 얼굴을 묻는
벼랑 끝 짐꾼은
칼날 같은 생의 외길을 안다
반쯤 엎드린 자세로 걸어야 하는
산과의 밀착은 원시로부터 전수된
살아야 하는 이유에서다.
다른 길 없는 바위 직벽의 계단을
기도하며 오르는 짐꾼의 발가락은
조금의 실수도 허용치 않는다
오만한 자의 발을 묶는 등고선
그 아래 무욕의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산부추꽃 피어나 눈물길 달랜다
하늘로 더 가까워가는 그 길이
벼랑 끝 삶일지라도 그대여!
잠시 그 산에 기대어 한갓 허무한
세상을 굽어보시라
등짐을 지고 산을 오르는 사람만이
발 딛는 곳마다
매 순간순간 절박한 평지란 걸 안다
소순희
벼랑 끝에서다. 를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