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리운 날엔../53x41Cm/2009/소순희작>
유월 저녁에
서쪽으로 줄곧 해를 따라 달려왔다
지평으로 숨어드는 유월 저녁의 불덩이를
마주하는 사내의 얼굴이 붉다
하루의 경계를 짓는 반쯤 지워진 공제선 위
저 어둠 속으로 길 하나 내는
예리한 톱날 같은 수목들은 그 자리에
발을 묻고 서서 두런거릴 뿐이다
자동차 불빛에 서린 낯선 풍경쯤이야
덮인 어둠에 익숙하게 스며드는데
이 죽일 놈의 그리움은 천지간 어디고
뉘일 데 없어 밤낮 가리지 않고 맘을 파고든다
그대여 유월 즈음엔, 지상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
경의를 표하는 시선을 쉬이 거두지 마시라
신께서 내린 이 찬란한 안식을
소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