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그리고 현실

한 장의 흑백 사진

소순희 2019. 12. 23. 23:13

 

                                                                                                     1966년

                         한 장의 흑백사진

                                                        

 

 한 가족의 연대기 일부를 읽는 것처럼 한 장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크다.

농업 위주의 시골에서 살자면 노동 집약적 삶으로 인해 삼대가 대가족을 이루고 사는 것이 흔하던

우리나라 60년대 가족 친지들의 기념사진이다.

회갑을 맞은 가장은 두루마기 정장과 갓을 쓰고 손주를 안고 있는 모습이

생육하고 번성한 가족 관계 형성의 주된 일로 기록됨이 가장 잘한 일로 여기며 살아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외지로 출가한 딸들과 손주들이 모여든 한 해에 몇 번 없이 따뜻하게 연결된 날은

온 동네가 잔칫날이었다.

가족의 흥망성쇠는 가장의 올바른 가치관과 노동의 신성함에서 비롯된 성실함을 기조로

형성되었다.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가정의 중요성을 알면서 예절이나 언어 교육이 엄격하던 그 시절에 비하면 

오늘날은 곳곳에서 시비가 일고 윤리 교육의 부재를 탓하는 어른이 많음은 사실이다.

 

 위 사진은 53년 전(1966) 늦가을 아내의 외가 잔칫날이다 .

앞줄에 올망졸망 쭈그려 앉은 어린이들의 고무신과 눈부시게 비취는 햇볕에 얼굴을 찡그린

천진난만함을 순간포착으로 잡아낸 표정이 가을볕 아래 정답다.

긴 소매 옷과 긴 바지를 보면 늦가을이고 곧 추위가 산천에 자리를 틀겠지만 

강아지와 산과 들로 쏘다니며 마냥 행복했던 그 시절이 그립다. 아내는 앞 줄에 앉아있다.

 

                                                                                         소순희/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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