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그리고 현실

복숭아

소순희 2019. 8. 17. 00:59

                                                                                                 <7월/소순희작>

                                      복숭아

 

똑똑똑 화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에 작업하던 여성분이 문을 열자 문 뒤에 숨어

예의 그 수줍은 듯 빙그레 웃는 친구 콧수염이 보인다.

입추도 지나고 말복도 지났지만 폭염이 계속되다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오늘,

거센 빗속을 뚫고 성치 못한 몸으로 화실에 온 친구가 반갑기도 하고 안쓰럽다.

얼마나 친구가 그리웠으면 비틀거리며 왔을까!

우산을 가지고도 흠뻑 젖은 그의 어깨와 등이 전철의 냉기에 말라 가는 중이었지만

화실에 도착해서도 젖은 옷의 물기가 선연하다.

손에 사 들고 온 복숭아를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돈다.

복숭아와 연관된 나의 이야기 몇 가지가 꼭 슬픔의 언저리를 맴돌게 하는지 모르겠다.

친구 콧수염은 지난 2월에 뇌경색으로 대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화실의 유화 냄새가 좋다며 자주 들르던 친구가 그 좋아하던 술과 담배를 끊었노라고 선언한

몇 달 뒤에 쓰러지고 말았다.

강직한 그의 몸과 마음이 무너지고 난 후 얼마나 절망했겠는가!

병원에서 흐느끼는 그의 마음 뒤로 나 역시 눈물이 나 억지로 참아냈다.

본질적 사회구조를 중시하고 토착화 된 지구상의 원주민을 깊이 존중하는 그의 속 깊은 인정 어림에

고향의 선한 눈을 가진 사람들을 생각했다.

가끔은 허풍과 객기로 주위를 주목하게 하곤 농담이라는 듯 씨익 웃는 그의 모습이 싫진 않았다.

이분법적 흑백논리를 가진 종교관에서 성서는 좋아 하지만 목사와 교회의 비리를 힐난하고  맹비난하는

그의 마음을 이해한다.

적어도 그의 눈에 비친 삯꾼 목자들의 행위 자체가 그를 그렇게 인도한 까닭 아닌가! 

심신의 평안과 구원과 축복의 통로인 성서에 접근해 보길 간절히 원한다.

돌아가는 길 우산을 지팡이 삼아 걷는 그의 뒷 모습에서

예전처럼 건강히 걷는 그가 되기를 또한 간절히 바란다.  

                                                                                      2019/8/12/소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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