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꽃
소순희
탱자나무 산울에 꽃이 피었다
설희의 하얀 이마에 꽂히던 봄볕도
흙 마당에 기울던 탱자 울 그림자도
나른하게 사라진 오십 년도 더 된
흰빛 아득한 추억 속
일말의 꿈조차 생소한 유년의 봄날이
지금에 와 생각하면 탱자꽃 같았다
더러는 세상에서 소멸한 청빈한 일들이
탱자꽃 향기로 은은히 전해오는
생의 서쪽에서 뒤돌아보면
그리운 순간들은 노을 속에 편집된다
별것 아닌 것에 애태우며
떠밀려온 이 나이를 탓해서 무엇하랴
피고 지는 꽃 보며
또 한 해 헤쳐가라고 느슨해진 봄날
탱자나무 가시가 내 심중을 찌른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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