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에서 모란>
<황구렁이-보호종>
<2021.5.5>
정선에 와서
소순희
아침보다 먼저
물소리가 찾아드는
정선에 와서
한 사나흘
신문도 읽지 않고
라디오도 듣지 않고
TV도 시청하지 않으매
맑아지는 머릿 속으로
산뽕나무에 감기던
바람이 찾아 오고
산새 소리가 귀를 열었다
눈 감고
귀 막고
입 다문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만
저리도 높으신 양반들 목소리
듣지 않노니
세상에 이렇게도
맑아지는 이치 있거늘
무슨 연유로 거기
탁류에 휩쓸려 가야 하는가
간혹, 지친 육신의 허물을
청류에 휘적휘적 빨아 널고
물처럼 유유히
바람처럼 훠이훠이
살아 볼 일이다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