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밤
소순희
휴억이 보내온 빛고운 알밤에
고향의 산바람과 햇볕이 가득 배어 있다
어쩌다 알밤 속 길 내며 파고든
통통한 애벌레도 땅심 깊은 고향의
생명이어서 반가워라
아직은 거둬들일 풍경이 아닌지라
한 올도 지워지지 않는 산천의
남녘 하늘은 멀어 그러나 마음은 거기
오십여 년 전 고향 유월의 밤꽃 숲을
지나온 한 때의 시절은 아름다웠다
오랫동안 길을 잃은 것도 아닌 가을은
제자리로 돌아와 홀연히 몸 낮추는
이 가을 녘, 흐름도 느리게 다가서는데
알밤 줍는 소년이 된 나는
어디에 발 내리고 쉬어야 하나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