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배령에서
소순희
곰배령 오르는 징검다리 건너다
부르던 노래를 멈추고 말았다
개울가 그늘에 숨어 내 노래 듣다 그만,
눈 맞춤한 물봉선 그 선홍의 빛깔에
왜 그녀가 생각났을까
여기 와선 별일 없이 넘어서는 *산경표에
이름 석 자 그립게 새겨 넣어도 될
계절의 푸른 등어리마다 꽃을 피운다
움켜쥔 하늘 한쪽으로
두고 온 도회의 숙성된 고집이 절명하는
비린 야생에서 내 생에 한 번만이라도
처절한 은둔자로
시린 마음 하나 꽃 피운다면
아아
굴종도 배고픔도
한갓 지나는 바람일 뿐이리
2013
*산경표-조선후기 문신·학자 신경준이 조선의 산맥[山經]체계를
도표로 정리하여 영조 연간에 편찬한 지리서. 역사지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