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족령에서/담채/소순희>
<시원이의 길위의 행복에서>
칠족령(漆足嶺)에서
소순희
칠족령 벼랑에서
한 마디 묻노니
절세에 미친 바람을 보았느냐고
말없이 고개 떨군 산줄기마다
그 바람을 쓸어 올려
부유하는 곡선의 허리로 감아 내리네
중생대 쥐라기에 사람 없을 때
지각은 꿈틀거려 변동되고
땅은 파죽지세로 흘러내려
산을 이루었다지
그 낮음에 유장한 물흐름을
백운산 마루에서 바라보면
산 뿌리 겹겹을 돌아가는 물줄기
동강이라 하니
뱀처럼 숨어 어디로 가는가
나는 또 미친 바람처럼 어디로
흐를 것인가
칠족령 벼랑에 서서 내게 묻노니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