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번 국도
소순희
그날을 떠나오며
등 뒤로 멀어지는 너에게
푸른 산굽이로 숨어든 하늘 한 조각이
거울처럼 선연하다
모든 것으로부터 무죄인듯
내 생의 일단락이
못 박힌 흔적처럼 녹물 고인 계절을
끌어가는 생의 5부 능선을 넘어간다
석 달 열흘을 앓고 난 다음 날
눈에 든 과수원 배꽃이
처음으로 이마 위에 각인되던
허기진 봄날 너와의 결별을
예고라도 했을까
낮 뻐꾸기 울음 산길을
가웃 짚어 가는데
길은 또 길 속으로 사라지는
나의 19번 국도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