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김형/2012/유화>
<영화:워낭소리 중에서/유화>
가장 (家長)
소순희
집으로 가는 굽은 언덕길은
늙은 플라타너스가
어느 가장의 마른 정강이처럼 희었다
발길질에 덧난 상처가 채 아물기도
눈도 귀도 상처투성이다
별일 아니라고 나무에 기대어
입속말로 달래는 한 잔 취기가
이렇게나 눈물겨울까
한 세상 머물 조립된 도시의 집들
그곳에 숨죽여 가며 자식을 길러내는
이 장엄한 삶 앞에 고개 숙인 아비들
위태로운 칼날 같은 하루를 딛고 간다
2004.소순희
누가 이 무변광야 같은 한 시대를 흔들리지 않고
살아 낼 수 있을까.
오늘의 가장들은 외롭다. 고독한 메신저, 힘내시라!
한 잔 술에 반은 눈물이라하지 않던가.
어뗳든 가족을 품는 울타리로 서 있는 한, 또 그곁에
같이 서는 누군가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