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야학 일기 2

소순희 2003. 2. 26. 22:15
야학 일기 2


낭만파를 배우며
묘지의 고아를 생각했다
슬픔 딛고 일어서는 이 저녁
불을 켜야 하는
한 뜻으로 산다면
조금도 부럽지 않아
고갈되는
이 땅의 웃음소리모아
쓰러진 친구
일으켜 세우고 싸매주며
무딘 감성을 닦으면
우리들의 숨은 뉘우침은
원시림에서 일어나
불어오는 바람이 된다
밤마다 흐려지는 백묵 글씨를
실눈뜨고 바라다 보면
물 같이 흐르는 시간
오직 한 사람
어머니를 불러보았다
험한 세상에 던져 놓은
이 여린 풀잎 위해
애타게 기도하는 모습
오랜 기침 병이 깊다
달 빛 속을 걸어 귀가하는 밤
알퐁스도데의 별이
우리 마음에 떠와 외롭지 않아
수척한 손 마주잡고 가면
사랑은
이땅의 따뜻한 온기로
전해오기에
우리가 굳게 지켜야 할
희망을 잊지 않았다.

88.소순희.

한때 남모르게 희망을 가져보았다.
지금까지 유효기간이 살아있는 나만의 희망이 있다.
낭만파 들라크르와의 '묘지의 고아' 눈빛을 보며
먼 시선너머의 희망을 보았다.

85년 봄부터 94봄까지 만 9년, 주야간 실업고의
미술 강사를 하며 나는 순수하고 배움에 열정어린
어린 눈빛들을 보아왔다.
지금 내 삶의 앞에 별처럼 빛나던 눈들이 또렷이 박혀와
늘 마음에 어둠을 밝혀주는 힘이 된다.
다들 지금쯤 갈길로 가고
사회의 일원으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으리라
믿는바이다.

도원 6호 소순희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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