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죽골 양지녘에 아버지의 유골을 묻고 돌아오던 날 보았다.
남원에서_ 서울.
고속버스 창밖 만경평야 지평으로 떨어지던 붉은 불덩이 하나를...
참 아름답다고 되뇌이며 아버지의 삶이
그랬을까.
적어도 욕심없이 살다간 무명의 삶이 저렇게 예쁘게 져갔다고 생각했다.
아무 말도 없었다.마지막 물새가 검은 점으로
사라지고난 후에도 둘은
그냥 먼 수평선쪽 만 응시하고 있었다.
헤어지지말자 너의 머리카락에 배인 바다 냄새가 그리울
때마다
달려왔던 바다.
조락에 물든 너의 눈속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그 놈은 안돼,그림쟁이는 가슴에 불을 품고 살아서 언젠가는
몹쓸 짓을해 헤어지거라."
그렇다면 나는 가슴에 불을 품고 사는 것일까...
바람 한 점도 없는데 가슴을 도려낸 서쪽 하늘 한 켠에서
둥둥둥 유장하게
떨어지던 불멸의 불덩이
가장 원초적인 포효를 아는가! 그리고 평화롭게 일렁이던 붉은 비단 길.
산다는것이 지독히도 아려오면 저녁
바다에가라
가슴에 불덩이를 몰아내며 그 길 지워지기전 가야한다.
조락에 물든 눈 평화롭고 너의 머리카락에 배인 바다 냄새가 날
때...
소순희(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