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어떤 날.

소순희 2003. 8. 29. 11:12

어떤 날

햇볕 속으로
봄눈이 내리고 있었다
미치도록
그림을 그리고 싶은 날

좋아하는 색깔
마음 놓고 칠 해봤으면...

모델은
와 주지 않고
목을 뽑는
수선화 어린 싹에서
봄 냄새가
나고 있었다.

1988소순희

알뿌리 화초 수선화를 샀다.
수경재배식으로 물컵에 꽂아 창가에두고
뾰쪽이 싹이 터 오는걸 지켜보며 생명의 소리를 듣다.

고운 볕속으로 눈 발이 날리는 날,
샤갈의 마을엔 3월에도 눈이온다고 시를 썻던 시인
김춘수 모습이 떠오른다.

며칠 후 수선화 어린 싹과 꽃 대궁이 올라오고
노란 여섯갈래 꽃잎에 붙은 원통형의 꽃이 소담스레 피어
환호작약 하던 날, 아무도 와 주지 않고
목을 뽑고 기다리는 내 앞에 봄 향기만 가득 하였더니...

J의 상 소순희畵 6F


    Shang 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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