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1
소순희
고향 집 대숲은
해마다
비비새를 키워 냈었지
도지는 몸살로
깊은 잠 못 이룰 때
귓가에 속삭이던 비비새 소리
뒷문 밖으로 흘낏 쪽빛 하늘이 보이고
살구꽃이 어지럽게 부서지고 있었어
무슨 말을 할 듯 말 듯
단발머리 가시내가 왔다 가고
또 왔다 가고
암고양이가 목청을 다듬는 텃밭
감나무 연한 그늘에
무던히도 오래 잊고 있었던
팔 잘린 인형 하나
봄기운에 감겨 부끄럽게 숨어 있었지.
1990.봄
살구가 먹고 싶다.
상큼한 대숲 냄새가 그립다.
펄펄 열이나고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던 어느 해 봄...
나는 유년의 고향집 생각이 났다.
장독대가 있고 작은 대숲 울타리가에 큰 살구나무 하나가 있었다.
우리집 살구나무는 아니었지만 봄이면 꽃 피고
여름이면 바람에 후두둑 살구가 뒷곁에, 그리고 장독대에 떨어지곤 했다.
그것들을 바가지에 주워 씻어먹던 맛이 지금은 나지 않는다.
모든게 세월의 뒷편으로 사라지고,
이제는 지금의 나이에 맞는 추억하나 그려질까...
덕송리의 가을20p소순희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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