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1)
예쁘게도
예쁘게도 꽃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창가에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맑은 초록은
삼학년 육반
청춘의 마음을
헤집어 놓고
모르는 체 하고 있었다
헤집힌 마음의
가장 자리로
초록 빛깔처럼 쏟아지던
종아리가 이쁜
여자 애들의 웃음소리
그것도 모르고
독한 술처럼
오장 육부를 쓰리게 적셔오는
초록 그리움 하나
복병처럼 숨어서
나를 노리고 있었다.
소순희
언제부턴가 초록이 좋아졌다.그림으로 표현하긴 어려운 색채다.
잘 익은 초록은 푸르다못해 검다.
심중 깊이 까지 침투해 들어 온 초록 빛깔!
내게도 삼학년 육반 시절이 있었지.
종아리이쁜 여학생들의 웃음 소리는 들어도 들어도 좋다.
그것은 가장 좋은 청춘의 시작 아닌가.
될 수있으면 쉬었다가자. 그 짙푸른 초록 그늘에...
<비갠 오후/20호/소순희작/2000.한국은행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