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바다는 목 놓아 울고
새벽 2시까지
흰 말들을 일렬 횡대로
달리게 하던 포세이돈
자꾸만 쓰러지는
그 싸움에서
혀를 빼물고 쌓인 시체들이
만들어 낸 허기진 모래톱
호선구도로
캔바스를 채워가는
가난한 화가의
눈 속으로 파고드는
거만한 여름 한 짝
전별하는 지난여름
헛 발 딛는 몽유의 벼랑 끝으로
바람은 서늘한 이마 스치며
백마처럼 달려 올 것인가.
<창포시동인제2집수록>
한나절 내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하얗게 밀려와 스러지는
작은 파도, 반복되는 그 몸짓 그 순수, 나는 그 위에 이름들을
수 없이 적어 보았다. 아무도 모르게 흡입되는 일사불난한
무형의 거대한 아가리.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2006.8.소순희
<휴선15호 소순희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