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2/소순희작/3호/화인아트 쎄텍 초대전>
초겨울의 귀로
메타세퀘이어 나무 아래로 나, 천천히 걸어 돌아왔습니다
바람도 없는 데 가녀린 잎 다 져 내린 침엽수림의 가는가지 사이로
금 간 조각달 간신히 걸려 있었습니다
살갑게 밟히는 쌓인 잎에서 바람향기 나고, 발정 난 도둑고양이의
갈라진 목소리에도 겨울 견딜 푸른 댓잎 같은 날카로움 하나 숨어 있었습니다
봄부터 걸어 귀가한 겨울 초입의 그 길로 나, 천천히 돌아서 왔습니다.
2006/12/소순희
<창포동인제3집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