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습니다. 늘 그자리 그 모습으로 남아 있으려니 했던 어머니!
어느날 한 순간 늙어버린 모습의 허탈함을 세월만 탓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가끔은 가수면 상태의 잠 위로 내리는 차가운 비처럼 퍼뜩 잠이 깨곤합니다.
무시로 가만히 불러 보는 어머니 그러면 그 모습 짠하게 다가와주시지만 속수무책인 자식은
주님께 연결지워 치유와 평안을 의뢰할 뿐입니다.
혹독한 아픔 아니면 좀처럼 병원을 찾지 않는 어머니의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자식으로써
속상함과 경홀함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돈과 직결 되는 것에 가장 민감한 시골 어르신들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립니다. 생사의 모호한 경계에선 중환자실의 처지에 어쩌면 표면적인 아픔만 감지할 뿐
그 어느것도 대신 해 줄수 없는 것이 각자의 삶이며 운명이라고 하기엔 서럽기만합니다.
가까이 가족처럼 지내는 아재와 아짐의 은혜를 또 입게 되었습니다.
남원 시립 의료원에 다급하게 입원 수속을 마치고 장 절제 수술을 한 뒷 날, 어머니의 연약한 모습에서
그 자양분 다 내어 주고 누워 있는 허물만 보았습니다.
"내일이면 한 달 이네..." 라는 작은누님의 헌신적 효도에 나는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한 마디 싫은 내색도 피곤하다는 말도 하지 않는 내 누님의 정성어린 가료에 어머니는
회복 되실 것을 믿습니다.
내 전화를 어렵게 받아 든 어머니께 "돈 걱정 허지말고 맘 편히묵으쑈잉! 그레야 빨리나은게...알겄지요?
엄니, 사랑해요!" 하자 눈물을 글썽이더라는 어머니 앞에 현실의 무게로 맘이 편치 않습니다.
어머니의 회복을 위해 날마다 기도해 주신 교회와 가족과 아재,아짐 그리고 이웃의 선한 눈들과
내 화실의 여러분과 가까이서 늘 찾아준 휴억(빈지게님)과 제수씨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화단에 매화와 산수유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직전입니다.
어머니 앞에 다시 맞는 봄이 귀한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09.3/18/소순희
<모란/소순희작/10호>
<사진/소순희/2009.3.31>
<사진/소순희/2009.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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