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J에게(38)-산의 품에 하루를...

소순희 2009. 6. 5. 01:57

J. 눈 뜨면 가장 먼저 바라보는 앞산이 가까이 다가 오는 이유는, 불현듯 색채가 주는 희망의 의미를 전달하는 계절의 전령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관악에 오릅니다. 산의 사계는 사뭇 다른 의미의 이야기로 이목을 끌지만 늦봄의 그 싱그러움은 기운생동으로 녹아듭니다. 척박한 땅 어디에서나 뿌리 박고 자라는 나무의 질긴 생명력에 나는 감동합니다.

던져진 자리에서 뿌리 내리고 가지 뻗고 아무도 원망 하지 않는 나무들의 근성을 보며 저 깊은 산중 오지에서 화전 일구며 사는 사람들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상의 터이려니 하고 욕심없이 살아가는 저들이 문득

부러움은 분주한 도회지의 곤비한 일상 때문이라는 점도 있겠지요.

요즘은 복잡하게 얽힌 두뇌의 회로를 풀어 제치고 그냥 무념 무상으로 살아가면 좋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이 빈약한 정신의 근원을 회복 하려면 주님이 지으신 자연의 영역에 나를 맡기는 수 밖에 없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잠시나마 마음 비워 산에 오릅니다. 바라보면 한없이 너그러운 품안으로 숨어듭니다.

머쟎아 여름은 깊고도 길게 자리할 것입니다. 오는 여름을 건강하게 맞이 하기를 바라옵니다.

 

                                                                                            그리운이여 안녕/2009/소순희

 

 

                                                                     <중앙의 희미한 길은 삼막사 가는 길 입니다>

                                                                                      <멀리 관악의 정상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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