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수구초심이라 했던가요. 어머니는 몸도 성치 않는데 고향집에 가고싶어 늘 입에 시골 당신의 집을 달고
계셨습니다. 큰 아이와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시골집에 갔습니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위적인 산물들은 많이도 변합니다. 이십여 년 전 휴억(빈지게)님과 그림소재를
찾아 헤매던 번암면 노단리 언덕위의 집은 조금 변하긴 했어도 그대로인데 유정리 풍경은 온데 간데 없이
변해버렸습니다. 다만 개울가 느티나무는 무성한 잎새를 달고 푸르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다시 그 곳을 찾아 가는 그 무량의 세월 앞에 큰아이와 걸으며 난 행복합니다.나이들면서 아버지의 하는 일에 조금씩 마음을 실어 주는 아이에게서 흐믓한 고마움을 느낍니다. 내가 어머니의 일들을 이해하지
못 하고 지나 온 날이 나이들면서 이해해 가듯 아이도 그런 것 같습니다.
물이 흘러 바다로 가고 다시 비 되어 순환하는 섭리 앞에 인간사도 순환의 연결 고리로 이어지는
가장 보편적인 흐름을 봅니다.
지리산 어느 산자락으로 뻗어 내린 지형의 구릉을 넘고 흐르는 물과 수분령에서 비롯된 섬진강 지류인
요천의 물은 늘 맑고 시원합니다. 가끔은 그 산자락 어딘가에 은신처를 마련해 두고 수년 동안 숨어 살고 싶은
때도 그림처럼 그려지지만 세상의 모든 것으로 부터 자신을 도피하는 나약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그 분주한 일상과 더불어 세상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살아가는 뜻도 좋지 않느냐고 위안합니다.
J,여름입니다. 푸른 잎새처럼 삶도 때론 무성한 이룸을 가져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럼 오늘은 여기서 엽서의 짧은 편지를 접습니다.
그리운이여 안녕2009/7/23/소순희
요천(섬진강 지류)에서 바라 본 고남산
아래 그림이 이 사진 입니다. 지금은 변해버린 곳 (유정리)-반대 쪽에서 찍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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