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J에게(41)-다시 가을입니다.

소순희 2009. 10. 13. 21:35

 J.다시 가을입니다.

지난 여름내 내려꽂히는 태양의 광휘에 취한 모든 생물들은 이제 막 결실의 마지막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그 현란한 색채와 무성한 잎새 뒤에 숨은 열매들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복잡미묘한 한 생도 단순해지며 성함도 해체되는 이 너그러운 계절에 나는 필요 이상의 생각에 시간을

허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흐르는 시간은 계절을 만들어 내고 그것으로 인한 나름의 감사를 배웁니다.

 

J.꽃이 피면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닙니다. 다양한 색채와 향기를 오감을 통해 느끼는 사계의 꽃이

단지 아름답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가벼이 흘려버리는 것이 아닐까요?

그 심묘막측한 주님의 창조물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과 감탄은 그 분의 솜씨 이전에 스스로 존재한

확고한 믿음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나 또한 주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피조물임을 자각합니다.

길을 가다가 혹은 우연히 들여다 보는 풀꽃 한 송이에도 우주는 숨어 있습니다.

 

농부는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씨앗은 먹지는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희망이라는 씨앗 하나로 견뎌내는

혹독한 시련은 마침내 결실을 만들어 내고 농부는 기쁨을 나눕니다. 또한 화가는 그것들로 인해 재 창작의

희열을 느끼며 이중의 즐거움을 아니누릴 수 없습니다.  J.다시 가을입니다. 지루할 즈음 적당히 변화를 끌어

들이는 그 은총에 머리숙여 감사합니다. 온 누리에 내리는 추광을 흠뻑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리운이여 안녕/2009/10/소순희

사진 소순희